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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을 들여보다

2003/12/01

2019년 현재, 신경숙 표절 사건 이후 그녀의 모든 책을 버렸으며, 창비와 함께 떳떳치 못하게 리턴하였음. 신경숙의 글에서 최초로 찜찜함을 느꼈던 시점이 이 시점인 것 같다.


그간 너무 책을 안 읽었나 싶어.
서점을 들러 책 두 권을 안고 돌아왔다.

2002년 현대 문학상, 2003년 이상 문학상.

해마다 이 두 문학상의 중단편은 꼭 읽는 편인데, 그 마저도 요즘은 빼먹는 해가 늘어났다.

. . .

글 읽는 즐거움을 준다고 하면.
이런 구식의 "각종 문학상 수상집"이다.

보통, 우라나라 중단편 문학들은,
흥미진진한 플롯의 서사도 없고.
한국 문학 특유의 허무함이 짙게 배어있다. 

느닷없이 주인공이 인도로 떠나버린다든지.
창녀촌에 취재갔다가 추억 속의 자운영 꽃을 생각해 내고 옛 애인을 찾아갔는데 
그녀가 2년전에 창녀촌에서 애기를 낳다가 죽어버렸다든지.

가끔 꽁트성 반전의 묘미가 있기도 하지만.
극단적 허무를 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 .

어느 해인가 책을 와장창 내다 버린적이 있다.
그러고도 문학 계간지. 수상집들은 남아있다. 

그 때 그 시절은. 
뭔가 깊은 허무에 빠져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런 구식의 소설집들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 . .

간만에 신경숙이다.

"깊은 슬픔" 때문에 슬픔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풍금 소리 따라 겨울에 우화를 쓰고 새벽에 기차 떠나는 걸 보다가 외딴 방에서 피씨 앞에 앉아 허망히 엎드려 있던 모습이 벌써 수년 전.

일요일 새벽녘 독서 토론 방송에 촌스런 고리 바지를 입고 오늘의 작가로 나오던 시절이,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DJ와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벌써 흘러 흘러.

이제는 우물 안을 들여다 보는 시절까지 당도했다.

지난 세월이 담긴 낡은 필름을 꿰뚫어 보다가는, 못 본체 세월을 묻어두는 잠깐의 흘끗거림.
우물 안을 들여보는 느낌은 그런 느낌이 아닐런지.

. . .

여전히 그녀의 놀랍도록 섬세한 관찰력을 보고 있자면. 
어떤 질감 짙은 유화를 보고 나서 느낀, 그런 생소하고도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대장금, 음식남녀, 아바론 같은 영화에서 선보인 화려하고 아름답고,
때로 수수하면서도 정겨운,
그런 음식의 조리 장면을 곁에서 보고 있는 생생함.

스토리 텔러로서 신경숙의 역량이야 구구절절 논해져와서 "그냥 읽어봐" 이상의 말을 언급하는 것은
일단 무의미하다고 두고.

저번에 읽은 어느 단편인가에서는 - 아마도 "버스, 정류장, 에세이 모음" 일 듯 - 날라리 동창이 결국 삶에 힘겨워 하더라. 한다든지, 이번엔 링의 사다코를 연상시키는 우물까지 등장했다. -_-;;

사람 사는 업보나 인과 관계나, 영혼이나 귀신까지도.
이내 따뜻했던 기억으로 묻어두고 애써 들춰보고 싶지는 않은. 

그런 느낌?

. . . .

이사를 가는 본 단편의 주인공. 덕분에.
우물 속을 보듯이, 깊고도 깊은 나의 방을 한 번 들여다 보았다.

주인공 처럼 나 역시 한 켠 구석에 쳐박혀 있는 낡은 테잎들.
대책없이 쌓여있는 음악 씨디 더미.
버려지지 않고 견디어 낸 책들.

지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뭐 그리 많았는지.
아니면. 그렇게도 소유욕이 강했는지.

버리지 못하는 것들과.
가져야만 했던 것들. 속에서.
정작 나 자신은 지독히도 깊은 우물 속에 파묻혀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다가오는 빨간 날들에는,
대청소나 해야지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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